고령…고혈압…고지혈증… 뇌졸중 부르는 3고
뇌졸중(뇌중풍)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혈관질환이다. 혈액 공급이 되지 않는 부분의 뇌가 손상돼 신체장애가 온다. 한국인 사망 원인 질병 중 두번째다. 살아남더라도 반신불수(마비)나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뒤따라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갈 뿐 아니라 혈전도 잘 생긴다. 뇌졸중으로 입원하는 환자도 5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스트레스와 과로가 겹치면 위험은 더 높아진다.
국내 사망원인 통계(2010년)에 따르면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전체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가량 높다. 여성들은 30대부터 뇌혈관질환이 암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30~50대에는 암, 간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위였다가 60대 이후부터 2위로 올라선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김용재 센터장은 "뇌졸중은 갑자기 발병해 대부분 장애가 따르고, 한 번 발병하면 재발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베드로병원 뇌신경센터 강준기 소장은 "연령이 높거나 가족력 등 고위험군은 건강검진 때 뇌혈관이나 경동맥의 건강상태, 뇌동맥 기형이나 뇌동맥류 같은 뇌혈관의 이상상태를 검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과음·흡연, 관상동맥질환과 심장부정맥 같은 심장질환, 비만 등이 있으면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다.
■ 뇌혈관·혈액 등 검사로 위험인자 파악
뇌질환이 의심되거나 65세 이상의 고령, 뇌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 당뇨, 고혈압 등 뇌졸중의 위험요인이 있다면 1~2년에 한 번 정도 뇌 MRI(형태 검사)와 MRA(혈류 검사), 혹은 뇌 CT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 조직과 뇌 혈관의 이상 유무를 영상으로 검사하는 것이다.
경동맥(목 혈관) 초음파도 유용하다.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통과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초음파 영상을 보면 뇌로 흐르는 혈류를 감소시키는 부분적 동맥폐색이나 동맥협착 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는 50세 이상의 성인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혈액검사에서 뇌졸중 위험인자가 발견되면 경동맥(목 혈관)이 좁아지지 않았는지, 뇌의 혈관이나 조직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뇌 MRI(왼쪽)와 경동맥 초음파(오른쪽) 검사 장면. | 강남베드로병원 제공
혈액검사만으로도 뇌졸중 위험요인을 알아볼 수 있다. 피를 응고시키는 기능을 하는 혈소판 수가 정상에 비해 너무 적으면 출혈성 경향이 있고, 지나치게 많으면 혈전 형성이 잘될 수 있다(정상치는 13만~40만개/㎣). 적혈구 수도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다. 많으면 점도가 증가해 피 흐름의 속도가 느려진다.
혈전이나 경색이 생기는데 영향을 준다(정상치는 남성 420만~630만개/㎣, 여성 400만~540만개/㎣). 피가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굳는 혈액응고시간(정상 6~10분)이 너무 짧아도 혈전을 초래할 수 있다. 적혈구에 들어 있고 산소운반 기능을 하는 혈색소(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많으면 피의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기기 쉽다. 낮으면 빈혈증상이 올 수 있고, 높으면 얼굴이나 손바닥 등이 붉어진다(정상치는 13~17g/㎗).
단백질의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독성 아미노산인 호모시스테인도 뇌졸중에 영향을 미친다. 몸 안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 치매,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하기 쉽다. 혈액검사에서 위험 요인이 많으면 경동맥 초음파나 뇌 CT 등 정밀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강 소장은 "혈액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된 240명에게 뇌졸중 예방검진을 실시한 결과 36명(15%)에게서 뇌경색이, 12명(5%)에게서 뇌혈전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 뇌졸중 발생 3단계 대처방법 알아둬야
뇌졸중은 예방, 치료, 재활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1단계는 평소 위험인자 관리를 통한 예방이다. 뇌졸중의 주요 원인인 고지혈증, 고혈압, 고령 등 '3고(高) 현상'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 찬바람에 말초신경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을 쓰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몸에 무리가 안 가면서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걷기 등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게 근력운동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2단계는 발병 시 초기 대처다. 뇌졸중은 여러 가지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경미하게 10~20분 지속되다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20% 정도는 1년 뒤 같은 증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사라졌다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의에 의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해야 후유증의 부담이 줄어든다. 평소에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잘 파악해 둬야 한다. 자가 응급조치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빨리 119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 병원으로 향한다.
3단계는 뇌졸중 치료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재활이다. 뇌졸중의 특징은 후유증과 합병증뿐만 아니라 재발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 센터장은 "발병했던 사람 4명 중 1명이 5년 내에 재발하며 발병 후 첫 30일이 고비"라며 "뇌졸중이 재발하면 처음보다 후유증이 더욱 심하게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치료와 식단조절, 정기적인 검진, 뇌기능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하다.
■ 뇌졸중 전조증상
-한쪽의 팔과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가 오고 힘이 빠진다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밥알이나 침을 흘리기도 한다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눈이 안 보인다
-하나의 물건이 두개로 겹쳐 보이기도 한다
-말이 어눌해져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지럽고,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토한다
-평소와 달리 걷기가 불편하다
■ 뇌졸중 예방수칙
-수시로 혈압을 측정하고 140/90 미만으로 혈압을 유지한다
-당뇨환자는 혈당 조절과 함께 고혈압 조절을 같이 한다
-고지혈증이 있으면 관상동맥질환 등 다른 질환도 점검한다
-비만이면 복부둘레나 체중을 표준에 가깝게 조절한다
-매일 30분 이상 체력에 맞게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흡연자는 금연하고, 음주는 하루 1~2잔 이하로 줄인다
-고지방식을 피하고 매일 적당량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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