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향(민정)
2012. 5. 31. 15:11
사랑해서 나는 외롭다 / 김설하
고요로 가득한 어둔 밤
우릉우릉 가슴이 울고
창백한 얼굴 속눈썹 젖어들어
벽에 기댄 그림자가 외롭고
허공을 가득 메우는 그리움
사랑해서 나는 외롭다
세월 흘러가도 지칠 줄 모르고
곁에 두고 보아도 보고 싶은
푸르던 숲은 아득하게 늙어가도
해마다 새 잎이 돋지만
나는 사랑해서 외롭다
어디로 깊어져서 어떻게 짙어지는지
절망마저 잃어가는 슬픔에 휩싸여
끊임없이 피워올리는 웃음도
벗어날 수 없는 그대에게 갇혀
사랑해서 나는 외롭다
가슴에 와 닿는
외롭고 유치한 고백
어떤 노래보다 달콤한 언어가 되어
곧잘 혼자 서성이던 길이 쓸쓸해지는 것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사랑해서 외롭다
시간 흐르는 것이 아깝고
세월 흐르는 것이 안타까워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겠노라고
꼭 다시 만나자 약속하는
사랑해서 나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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