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알리기를 얼마나 서둘렀으면 꽃을 먼저 피우고 낙화(落花)의 아픔 뒤에야 비로소 잎을 틔우는 것일까요. 개나리도, 목련도, 매화도, 벚꽃도, 그리고 진달래도........... 노랗게 시작한 봄은 이제 분홍빛으로 물들며 봄의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봄 산행은 야생화를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그저 내 갈길만 열심이다보면 눈에 띄지도 않는 들꽃이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사방을 둘러보면 길섶에, 풀섶에 숨어있는 야생화가 눈에 잡힙니다. 이것은 개감수라고 합니다. 독성이 강하여 옛날에는 사약에 사용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제주 한라산에만 자란다는 시로미입니다. 꽃이며 열매가 올망졸망 조그맣지만 이렇게 군락을 이루면 무척 아름답습니다. 한라산에는 해발고도에 따라 아열대·온대·냉대 등 1,800여 종에 달하는 고산식물이 자생하는 식물의 보고입니다. 나뭇 사이로 쏟아지는 봄 햇살이 무척 따사롭습니다. 겨울을 이기고 나뭇가지마다 움터오는 새싹들의 모습에 덩달아 내 마음도 뜁니다. 내가 지금 듣고있는 것은 4월의 합창입니다. 아무리 물감을 개어 도화지에 봄을 그려도 저 파릇파릇한 생동의 느낌까지를 덧붙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재잘거리는 봄의 함성이 귀를 간질이는듯 합니다. 봄. 봄입니다. 봄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