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같은 사람 -법정스님-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권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늘 함께 있으면서 부딪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여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그저 날마다 비슷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습관적인 일상의 반복에서 삶에 녹이 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가꾸고 다듬는 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신의 삶에 녹이 슬지 않도록 늘 깨어 있으면서
안으로 헤아리고 높이는 일에 근본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홀로 자기 세계를 가꾸면서 공유하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거문고 줄처럼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거문고 줄은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이지 함께 붙어 있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공유하는 영역이 너무 넓으면 다시 범속에 떨어진다.
행복은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각이나 행동에 있어서 지나친 것은 행복을 침식한다. 사람끼리 만나는 일에도 이런 절제가 있어야 한다.
행복이란 말 자체가 사랑이란 표현처럼 범속한 것으로 전락한 세상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가슴속에 사랑을 채움으로써 오고 신뢰와 희망으로부터 오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데서 움이 튼다.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베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따서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또는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과 마주 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레임을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그런 경험이 없는가?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은 친구이다.
좋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보배이다. 친구를 통해서 삶의 바탕을 가꾸라.
-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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