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에 대한 김의신 박사의 강연 미국 대표적인 암 전문 병원 MD앤더슨 암센터의 종신교수인 김의신 박사는 "동물성 기름을 섭취하면 서양인은 피하지방이 되고 동양인은 내장지방으로 쌓인다.
우리가 배고픈 시절에 먹었던 보리밥·된장·고추장 등이 돌이켜보면 모두 건강식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최고의 암 전문 병원 -텍사스대학교의 MD앤더슨 암센터다. 연간 연구비용만 6000억원이 넘는다. 단일 연구기관으로선 암 연구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암 연구비의 15%는 기부금으로 채워진다. 세상이 MD앤더슨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크다. MD앤더슨이 암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김 의 신 박사
이곳의 종신교수가 된 한국인이 있다. 김의신(71) 박사다. 그는 1991년과 94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최고의 의사 (The Best Doctors in America)'에 뽑히기도 했다.
김 박사는 "9·11 이전만 해도 외국에서 오는 환자가 3분의 1이었다. 중동의 왕족들도 많이 왔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오너들도 있다.
9·11 이후에는 미국 입국이 어려워져 이들의 발걸음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재력 있는 암환자들이 찾아가는 곳이 MD앤더슨이다.
의료 선진국에서 한국인 의사의 명예를 드높였다는 이유로 국민훈장 동백장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런 김 박사가 18일 인천의 가천 길병원을 찾았다. 암센터 11층 가천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암 이야기' 강연을 했다. 청중석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병원복을 입은 환자들, 또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암에 대한 통찰'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때로는 직설적이었고, 때로는 유머가 넘쳤다. 강연을 마친 그와 마주 앉았다.
"담배보다 몸에 나쁜 것이 동물성 기름이다. 피자나 핫도그 등 기름에 튀긴 음식, 지방이 많은 삼겹살 등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청중의 눈이 동그래졌다. 삼겹살은 한국인에게 친근한 음식이다.
그런데 피하라니. 주장이 과격하게 들린다. 왜 삼겹살을 피하라고 하나. "미국에선 그런 음식이 베이컨이다. 젊을 때는 괜찮다. 20대에는 동물성 기름을 먹어도 분해 효소가왕성하게 분비돼 문제가 없다.
그런데 40대가 넘어서면 달라진다. 동물성 기름을 소화하는 효소가 적게 나온다. 그래서 기름이 몸 안에 쌓이게 된다. 서양인들이 동물성 기름을 먹으면 피부 아래 지방이 쌓이는 피하지방이 된다. 그래서 뚱뚱해진다. 동양인은 다르다."
"동양인은 겉모습이 그다지 뚱뚱해지진 않는다. 대신 기름기를 많이 먹으면 내장에 기름이 찬다. 내장지방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뚱뚱하지 않으니까 먹어도 되겠지'라고 다들 생각한다. 그건 큰 착오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인다. 혈관벽에 기름이 찬다. 그런데 그게 들러붙어 있다가 어느 순간 뚝 떨어진다. 그리고 몸 안을 돌다가 조그만 모세혈관에 가서 달라붙는다.
뇌에 가서 들러붙으면 중풍이 오고, 치매가 온다. 간에 기름이 끼면 지방간이 되고, 간암이 된다. 췌장에 기름기가 차면 당뇨병이 생긴다."
"40대가 넘어가면 몸에서 분해 효소도 적게 나오고, 인슐린도 적게 나온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소식(小食)해야 한다. 삼겹살도 양을 줄여야 한다. 몸은 40대인데 20대 때 먹던 습관대로 먹으면 곤란하다.
나도 예전에는 배가 아플 만큼 많이 먹었다. 이젠 식사량을 줄였다." 김 박사는 "암보다 더 무서운 게 혈관성 병"이라고 했다. "나쁜 암은 진단 후 1년 안에 사망한다. 거기서 끝이다.
" 혈관성 병을 예방하다 보면 암 예방도 된다는 지적이었다. 김 박사는 '암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꼬집기 시작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치료하기 힘든 암환자가 한국인이다. 그들은 암으로 죽기 전에 굶어서 죽는다. 치료를 견디지 못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잘 먹어야 한다. 고기도 먹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암환자에게 고기를 못 먹게 한다고 들었다.
항암 치료는 독하다. 일종의 독약을 먹는 셈이다. 그게 몸에 손상을 많이 준다. 우리 몸의 단백질을 파괴한다. 그래서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 단백질이 가장 많은 게 고기다."
"그렇다. 쉽게 말해 방사선 치료는 우리 몸을 확 구워 버리는 거다. 불고기 굽는 것과 똑같다. 기운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때 고기를 먹으면서 기운을 차려야 치료를 견딜 수가 있다.
그런데 채식만 하거나 잘 먹지 못하면 체중이 빠진다. 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에 들어가면 절대 체중이 빠져선 안 된다. 입맛이 없고 체중이 떨어지면 항암 치료제도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고기를 먹지 않는 암환자는 암때문에 죽는게 아니라 치료를 견디지 못해 죽게 된다."
어떤 고기가 좋은가. "나는 개고기나 오리고기를 권한다. 동물성 기름이 적거나 불포화지방이기 때문이다. MD앤더슨에서 항암 치료를 하다가 두 환자에게 2~3개월간 쉬라고 했다.
기운이 너무 떨어져서 그냥 쉬다 오라고 했다. 한 사람은 하와이에 가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건강 숙소'에 가서 채식만 하다 왔다. 얼굴이 반쪽이 돼서 왔더라. 이후 항암 치료를 두 번째 사람이 훨씬 잘 받았다."
이에 덧붙여 그는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물을 많이 마시라"고 주문했다. 독한 약을 먹는 만큼 물을 많이 마셔야 속에서 희석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암을 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인과 미국인은 아주 다르다고 했다. MD앤더슨에는 한국의 재력가도 꽤 온다. 김 박사는 "한국인 암환자들이 의사에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미국인들은 그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선생님, 제가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다. 나는 미국인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의사가 그걸 어떻게 알겠나. 그건 하나님만 아는 거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럼 한국인 암환자들은 '여기가 세계 최고의 병원인데, 어떻게 그것도 모르느냐?'고 따진다. 내가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미국인 의사의 말이 맞다. 몇 년이나 살지 그걸 의사가 어떻게 알겠나.
그걸 더 많이 물어본다." 그 말 끝에 김 박사는 "한국인 암환자 중에 의사 말을 가장 안 듣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저었더니 그는 "의사와 간호사, 약사, 변호사들이다. 그런 직업을 가진 암환자를 치료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냥 시골에서 온 순박한 사람들은 의사가 처방한 대로 따라온다. 그런데 의사 직업을 가진 한국인 암환자에게 항암약을 처방하면 집에 가서 밤새 인터넷을 한다. 약에 대한 성분과 부작용을 조사한다. 그런데 부작용 내용을 보다 보면 어김없이 '죽을 수도 있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럼 그 다음날 병원에 와서 따진다. 왜 내게 이런 약을 처방하느냐고 말이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약을 의심하고, 의사를 의심하면 환자의 마음이 닫힌다. 마음이 닫히면 몸도 닫힌다. 그럼 치료가 안 먹힌다. 그게 진짜 문제다. 한국 사람은 '얼마나 사느냐, 이 치료법이 내게 잘 듣겠는가'만 묻는다.
그런데 그동안 복용한 약명과 용량을 정확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인 환자는 반대다. 그들은 앞의 질문은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지금껏 복용한 약명과 양을 정확하게 적어서 온다. 병실에 가도 한국인과 미국인 암환자는 다르다."
"제 동료 중에도 암으로 죽은 사람이 있다. 병문안 가서 나는 우는 걸 본 적이 없다. 31년 동안 숱하게 암환자를 대하면서도 미국인 환자나 가족이 우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인 환자나 가족은 대화를 나누다가 울음이 복받쳐서 얘기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인은 기본적으로 삶과 죽음은 신이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병은 전적으로 의사에게 맡긴다. 자신은 마음과 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집중할 뿐이다.
그래서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한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회사에 출근을 한다. 죽기 전날까지 일을 하는 경우도 봤다. 그럼 암에 대해서 걱정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 미국인 암환자들은 항암 치료를 받으며 구역질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하루종일 암과 죽음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건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환자는 대부분 구역질을 한다." 김 박사는 30년 넘게 암을 연구하고, 암 환자를 상대하고, 암 치료를 해왔다.
그가 보는 암의 원인은 뭘까. "우리 몸에는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이 늘 같이 있다. 그 둘이 균형을 이루면서 말이다. 그런데 균형을깨뜨려 암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너무 많아서 암의이유를 딱히 뭐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그는 공기를 예로 들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는 균이 잔뜩 있다는 거다. 똑같은 곳에서 공기를 마셔도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건강하다. "호르몬도 마찬가지다.
둘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여성 호르몬이 너무 많으면 유방암이나 자궁암이 생긴다. 반면에 남성 호르몬이 너무 많으면 전립선암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 몸 안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박사는 "하얀 쌀밥을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흰 쌀밥은 완전히 흰 설탕이라고 보면 된다. 설탕을 숟가락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쌀밥을 오래 씹어 보라. 그럼 단맛이 난다. 내가 직접 실험도 해봤다. 흰 쌀밥만 먹고 나서 당을 측정하면 확 올라간다.
그런데 한국의 식당에 가면 대부분 쌀밥만 나온다. 보리밥이나 잡곡밥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병원에서도 식단에 흰 쌀밥을 내놓는 곳이 있다.
그건 상식 이하다.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식당에서 흰 쌀밥이 나오면 곤란하다. 미국은 전체 예산의 17%가 의료비로 나간다. 그게 앞으로 25%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흰 쌀밥 대신 보리밥이나 잡곡밥을 먹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중요하다. "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의 몸도 함께 변한다. 늘 청춘이 아니듯이. 김박사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의기관에 탄력성이 줄어든다.
탄력성이 줄면 구불구불하게 주름이 잡힌다. 그럼 구불한 지점에 변 같은 배설물이 고인다. 그럼 거기에 염증이 생기고, 암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 암에도 기적이 있다. 지금껏 나는 기적적인 환자를 최소한 20명 정도 봤다. 우리 병원에서도 모두 포기하고 임종을 위해 호스피스동으로 간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죽음을 기다리는데 안 죽더라.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나도. 검사를 해보니 암이 없어진 건 아니더라. 다만 암이 활동을 멈추고 있더라.
정상인은 암 수치가 40~60 정도다. 당시 그 여성은 암 수치가 800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가 점점 떨어졌다. 그러더니 정상치가 됐다. 검사를 해보면 암 덩어리는 그대로였다. 어떤 덩어리는 더 커진 것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껏 18년째 잘 살고 있다."
" 겸손이다. 모든 종교에서 말하는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고, 내려놓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신에게 모든 걸 맡기기도 했다. 그럴 때 뭔가 치유의 에너지가 작동했다." "암의 원인은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 암은 유전적 성향이 있다. 그래서 가족력에 암이 있는 사람은 유심히 봐야 한다. 가령 아버지가 위암에 걸린 적이 있다든가,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다면 그 암에 대해 특별히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 암이 왜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담배를 많이 피운 게 원인이라면 본인은 절대 담배를 피워선 안 된다. 그리고 해당하는 암에대한 정기검진도 자주 해야 한다.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암은 예방이 최고다."
"나는 크리스천이다. 기독교인의 눈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암에 걸리는 것은 뭔가 시련을 줘서 나를 단련시키고자 함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어느 순간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에 걸린 덕분에 내가 소중한 뭔가를 새롭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치유의 에너지가 작동한다.
오히려 암이 더 악화하기 쉽다. 그러니 마음 가짐이 얼마나 중요한가." 김의신 박사는 전북 군산 출신이다.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과 동향이다.
서울대 의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그는 "나와 이길여 총장은 앞날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지나간 일에 대해 돌아보지 않는 점이 닮았다.
미국에서 쌓은 연구 노하우를 미래 암치료를 짊어진 한국의 젊은 의사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인연으로 9월부터 가천 길병원에서 석좌교수로 일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정교사를 했다.
당시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 그와 동급생이었다. 전교 1등이던 그에게 교장 선생님이 아들 방에서 함께 지내길 권했다. 그렇게 시작한 가정교사 생활은 대학 졸업 때까지 계속됐다. 군의관으로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서울대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한 그는 1966년 서울대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와 워싱턴대를 거쳐 존스 홉킨스 대학원에서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과, 임상의학, 핵의학 등 세 분야의 전문의다. 텍사스대 의과대학 내과 교수, MD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 미주 한인의학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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